

1.묘생(猫生)을 걸다
모든 존재는 만남을 통해 변화하기 마련이다.
(12)
8.불빛중독
<예수가 (태어나기 2천5백 년 전이라고 하면 지금으로부터 4천5백 년 전을 말해) 태어나기 2천 5백년 전에 이집트 문명은 사자 머리가 달린 세크메트라는 여신을 숭배하는 종교를 만들었어. 그런데 사자들이 그들을 키우던 사제들을 자꾸...잡아 먹었어. 너무 많은 사제가 죽자 이집트인들은 세트메크의 여동생 격인 여신을 만들었어. 머리가 고양이처럼 생긴 이 여신의 이름은 바로...바스테트야.>
(103)
<그녀는 미의 여신이었어.>
<다산의 상징이었고.>
(104)
캄비세스 2세는 스스로 파라오라고 칭한 뒤 이집트의 파라오를 처형하고 사세들과 귀족들을 모조리 잡아 죽였어.. 바스테트 여신을 위해 지어진 부바스티스 신전을 비롯해 모든 신전을 파괴하고 신전들에 있던 저주스러운 고양이들을 페르시아 신들에게 제물로 바쳤지. 결국 이집트에 존재했던 바스테트와 고양이 숭배를 막을 내렸어.
(107)
<이집트의 노예로 잡혀 있다 풀려난 히브리인들은 북동쪽으로 가서 유대 땅에 새롭게 정착했어. 그들은 도시를 세우고 항구를 통해 교역을 시작했지.>
(126)
<고양이는 그렇게 유대땅에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어. 기원전 1020년 문헌을 보면 고양이가 인도 땅에 최초로 발을 디뎠다고 나와 있어.>
(128)
<그들은 인간의 몸에 고양이 머리가 달린 여신을 다시 숭배하기 시작했어. 이번에는 사티라는 이름으로 불린 그녀도 다산의 상징이었지.>
(129)
<고양이는 기원전 1000년에 처음으로 중국 땅을 밟았어.>
(129)
<당시 중국 주나라에서는 고양이가 평화와 안녕의 상징이자 행운의 부적이었어. 주나라 사람들 역시 우리를 경배하기 위해 고양이 모습을 한 이수라는 여신을 만들었지.>
<기원전 900년에는 우리 조상들이 덴마크에 당도했다고 전해져. 그래서 덴마크 땅에 프레이야라는 다산의 여신을 숭배하는 전통이 생겨났어.>
(130)
<인간들이 광기에 가까운 공격성을 보이는 게 태양의 흑점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어. 11년 주기로 흑점이 폭발을 일으킬 때 인간들의 감각에 혼란이 일어나서 살상 충동이 생긴다는 거야.>
(134)
11. 출산
(사산한 새끼는 먹어서 처리하는 게 어미 고양이 본능이다.)
(145)
12, 범죄
우리 모두는 세상에 퍼지는 생명이 통과해 지나가는 매개체인지도 모른다.
(168)
13. 욕망이 없으면 고통도 없다
<거짓에 익숙해지면 진실이 의심스럽게 보인다>는 표현이 이런 세뇌 과정을 잘 요약한 말일 거야.
(177)
<그렇게 로마 제국이 팽창하는 가운데 고양이들도 점점 넓은 지역에 퍼져 살게 됐지.>
(181)
14, 인간혐오
<갸르릉 테라피. 우리가 갸르릉 소리를 낼 때 나오는 저음을 파동을 골절 치료에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새로운 과학이야.>
(193)
17. 제3의 눈의 탄생
<대중은 민주주의적이고 복잡한 체제를 옹호하는 자들보다 전체주의적이고 단순한 체제를 옹호하는 자들을 선호하게 돼 있어. 두려움을 앞세운 자들의 주장에 끌리는 거지. 자연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상상 속 전능한 신에 대한 두려움.>
(31)
18. 서쪽으로
영혼을 머무르게 싶게 만들려면 육체를 잘 보살펴야 한다.
(44)
23. 파리 외곽 순환 도로
<냉전시대였던 1963년에 암고양이 한 마리가 우주를 비행했어. 펠리세트라는 이름을 가진 이 고양이는 캡슐에 실려 프랑스 로켓을 타고 우주로 떠나 5분의 무중력 상태를 포함해 총 10분간 우주를 비행하고 무사히 지상으로 귀환했어. 최초의 고양이 우주 비행사였지.>
(129)
죽는다는 것은 결국 나를 구성하는 미미한 양의 물질이 배열을 바꾸는 것일 뿐이다.
(138)
28. 피타고라스
내 삶이 최고가 되기 위해 꼭 완벽할 필요는 없다. 내 삶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내가 내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나는 누구와도 경쟁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
나는 누가 흉내 낼 수 없는 나 자신만의 유일무이한 삶의 궤도를 따라갈 뿐이다.
(177)
옮긴이의 말
[고양이]는 테러와 전쟁이 벌어지고 설상가상으로 페스트까지 덮친 파리에서 멸망의 위기에 직면한 인류 문명의 대안을 고민하는 두 고양이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의 모험을 그린 이야기다.
이번 작품에서 고양이의 입을 빌려 <인간 다음은 누굴까?>라고 다시 묻는다. 자멸로 치닫는 작금의 인류문명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다.
[고양이]는 평범한 암고양이였던 주인공 바스테트가 <진정한> 피타고라스의 지혜를 획득해 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로도 읽힌다.
(243)
<책을 다 읽고>
책을 읽고고양이는 기원전 2500년 전에 이집트 문명에서 여신으로 추앙받았고 이집트의 노예로 있던 유대인들이 교역을 시작으로 인도로 중국으로 로마로 덴마크로 고양이가 전 세계에 출현하게 된 배경을 알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고양이 펠리세트는 1963년에 무중력상태로 우주를 10분간 유영하고 돌아온 기록도 있다.
책의 간단한 요약을 옮긴이의 말로 대신 해도 될 것 같아서 '고양이에 대함 몇 개의 상념' 끄집어내어 쓰려고 한다.
업무상 재개발 지역을 돌아다니다가 이제는 더 이상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다닥다닥 붙은 집들을 보는데 대충 봐도 스무 마리가 넘는 고양이가 둘셋씩 짝을 이루어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을 점령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기묘했다. 고양이들이 인간이 빠져나간 세상에서 스스로 그들의 왕국을 만들어 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고양이를 쌩한 성격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지금의 고양이는 매우 인간 친화적이다. 사람이 가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다가와 우두커니 바라보면서 뭔가 말을 건네주기를 바라는 모습도 많이 봤던 것 같다. 가끔씩 우리 집 현관 앞에서 널브러져 자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할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건 고양이가 아니라 바로 나다.
아주 어릴 적 내가 기억하는 첫 악몽도 고양이 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한 밤중에 자고 있는데 갑자기 tv브라운관이 켜지면서 지지직 소리를 냈고 나는 tv를 끄려고 스위치를 눌렀는데 아무리 눌러도 화면이 꺼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 순간 갑자기 공포가 확 밀려오면서 tv는 저절로 꺼졌다. 그리고 그 꺼진 화면 속에서 노랗고 빨갛게 눈을 빛내며 유유히 지나가는 고양이 한 마리를 보았다. 기억은 딱 거기까지다.
그중에 압권은 고양이 꿈 이야기다. 꿈속에서 우리 집 정원에 흰색의 어린 고양이 세 마리가 나란히 죽어 있는 모습을 봤다. 나는 그 모습이 무섭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다. 무서워서 엄마한테 이야기를 하고 고양이를 땅 속에 묻어달라고 해야지 하면서 잠이 깼다.
나는 아침에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서 혹시나 해서 정원 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날 정원에 정말로 흰색의 죽은 고양이가 있었다. 꿈속에서는 분명히 세마리였는데 실제 죽은 고양이는 꿈에서 본 것 보다는 좀 더 몸집이 큰 흰색 고양이 한 마리였다. 나는 엄마한테 꿈 속에서 생각했던 것처럼 고양이 한 마리가 죽어있으니 그것을 좀 좋은 데다 잘 묻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출근을 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는 내 부탁대로 아버지와 함께 고양이를 잘 묻어주었다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도 기묘한 일인데 그때는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고양이는 우리 주변에 흔한 동물이다. 나는 일련의 기억들로 고양이 옆을 지나가면 고양이를 세심하게 관찰하게 되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가족 중에 동물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어 고양이나 개를 우리 집에서는 키우지 못한다. 이상하게 고양이에게는 그냥 동물로만 치부하지 못하는 영묘한 기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다시 베르베르의 소설 [고양이]로 돌아가서 전쟁과 테러와 전염병으로 피폐해진 인간의 문명 속에서 살려고 발버둥치는 얼마 남지 않는 인간과 고양이 떼와 인간이 키우던 애완동물들, 앵무새, 사자, 돼지 등등과 그리고 수없이 많은 쥐떼들이 파리시를 점령해 서로 싸우는 모습을 그렸다. 인간의 문명 뒤에 고양이 왕국을 세우려는 앙큼하고 발칙한 암고양이 '바스테트'와 제3의 눈을 가진 현명한 고양이 '피타고라스'가 세상을 뒤엎는 쥐떼들에 맞서 인간과 그 밖에 동물들과 연합해 세상을 구하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암울하다. 쥐떼는 헤아릴 수 없이 많고 고양이와 연합한 세력을 늘 쫓겨 다닌다. 곧 쥐떼들이 세상을 다 차지할 참이다. 소설 [고양이]의 배경은 위태롭고 절망적이다.
지금의 세계는 이제 곧 화성에 살게 될 인간을 꿈꿀 수 있는 초과학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사이비 종교들에 영혼을 팔아 좀비들로 살아가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시대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고 걱정이다.
'인간 다음은 누구일까?'
야망을 갖고 있는 고양이 바스테트와 현명한 고양이 피타고라스일까?
아마도 AI, 아마도 AI, 아마도 AI...
[고양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문명]의 전작이다. 배경도 같고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 등 나오는 주인공들도 같다.
2016년에 [고양이], 2019년 [문명]이 프랑스에서 출간되었다. 미리 알았다면 순서대로 읽었을텐데 [고양이]를 나중에 읽었더도 딱히 흐름에 영향은 없다. 2026년 1월 말과 2월 초는 '고양이' 들에 파묻혀 지낸 시간들이 되었다.